Poésie (이하 P) :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평소 어떤 작업을 하세요?
Seeun Son (이하 S) : 안녕하세요. sonseeun ceramics를 운영하고 있는 손세은입니다. 찻자리에 사용되는 차(茶) 도구를 작고 간편하게 제작하고 있습니다.
P : 포에지와의 협업으로 어떤 작품을 만드셨나요?
S : 포에지에서 제안한 시어가 행복의 기억을 수집한 단어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시어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어떻게 비유적으로 녹여낼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평소 오수 작가의 둥지 코스터를 잘 사용하고 있어서 둥지를 제일 먼저 골랐어요. 그 위에 올릴 주전자를 떠올리며 만들다 보니 어느새 둥지 위에 새가 앉아 있더군요. 이어서 올리브 열매와 호수 시리즈도 제작했어요.
P :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요?
S : 작품의 이름이 마음에 들어요. 자유로이 하늘을 나는 새, 결실을 상징하는 올리브 열매, 평온한 호수. 이 3개의 시어가 모여 포에지를 위한 한 편의 시를 만든 것 같아서 뿌듯해요.
P : 작품명을 같이 지어주셨는데, 이름들이 하나같이 편안해요.
S : 휴식과 관련된 차 도구를 제작하고 있어서 작품명도 주로 쉼과 연결되게끔 정하고 있어요. 포에지를 위해 고른 시어를 제 손으로 한번 가공해 또 다른 쉼의 조각을 빚어내보자 생각했어요. 포에지를 찾는 손님분들의 휴식에 이 작품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저도 같이 행복할 거예요.
작은 새 다관
작은 새 다관, 잔, 플레이트
P : 작품을 제작하면서 영감을 받은 문학이 있나요?
S : 오래전에 읽다가 마음에 든 구절을 찍어 두었던 사진이 생각났어요. 어느 책에서 인용된 김이석(金利錫)의 수필이에요.
지난 일요일, 오래간만에 수색으로 나가 이른 봄의 오후를 즐겼다. 논두렁에 앉아서 보는 시골 풍경은, 어딜 보나 무엇을 보나 한가하고도 여유 있는 무거운 움직임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딘지 모르게 와서 어딘지 모르게 자꾸만 흘러가는 구름도, 짐을 이고 가는 시골 아낙네도, 지붕 위에서 우는 닭도, 소달구지도 모두 한가롭기 짝이 없다. 야단스러운 것은 신작로에 먼지를 피우며 달리는 버스뿐이다. 그것에 비하면 벌판을 달리는 기차도 한가해 보이기만 한다.
쉼에도 여러 조각이 있다고 생각해요. 침대에 누워 육체적인 휴식을 취하거나, 친구들과 만나 즐거운 대화를 나누거나, 책을 읽는 시간을 갖는 등 여러 모습이 있겠죠. 이 수필에서의 쉼은 꼭 산책 같아요. 우리는 매일같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하루를 알차게 보내려고 해요. 그런데 사실 하루 중 잠깐 시간을 낸다고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잖아요. 수필이 ‘잠시 산책을 하고 주위를 돌아봐. 소중한 것들이 곁에 있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와닿았어요.
바쁜 중에도 잠시 멈추어 달그락거리는 도자기의 소리에 집중해본다던가, 좋아하는 사람과 눈을 맞추며 대화를 나눈다던가, 잠시 고개를 들어 창밖의 구름을 느껴보는 시간에 저의 작업이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누군가의 일상에 환기가 되는 사물이 되어주기를 바라요.
올리브 티 머그 & 스트레이너
올리브 티 세트
작은 새 다관
작은 새 잔
작은 새 플레이트
호수 다관
호수 잔
호수 플레이트
호수 합
호수 티 머그 & 스트레이너
올리브 다관
올리브 잔
올리브 합
올리브 티 머그 & 스트레이너